| 열번째날 > 녹산로. 약 6km.
녹('사슴'이라는 뜻)산로.
2010 유채꽃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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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녹산로 '유채꽃 축제'에 가보려 한다. 여행 기간 중에 그 지역의 축제 한두번쯤 가볼 기회가 생긴다면 운이 좋은 것이다. 소록산, 대록산이라는 오름이 함께 있어 시간이 넉넉하면 그 오름들도 같이 오르면 좋은 코스가 된다고 한다.
오늘은 출발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것이 비가 많은 날이 될 것 같다.
'유채꽃 축제'가 열리는 <정석항공관>에 가려면 자동차로 가거나 축제에서 운영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가는 방법, 그리고 중산간 순환버스를 타고 가서 걸어가는 방법이다. 나는 최대한 걸어서 갈 수 있는 방법을 택했다.
셔틀은 표선면사무소에서 출발하며 돌아올때도 면사무소 앞에서 내린다.
순환버스는 표선시내에서 성읍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가시리 사무소'앞에서 내려야 한다. '가시리 사무소'에서 녹산로가 시작되는 '가시리 사거리'까지는 마을 언덕길을 걸어 약 15분이 소요된다.
이른 아침 중산간 마을로 들어가는 순환버스에는 승객이 거의 없다. 역시 그 버스에는 나와 기사 이렇게 두명이서만 타고 간다.
대형 택시인 셈이다. ^^ '유채꽃 축제'에 가려고 하고, 최대한 가까운 정류소에 내려달라고 하니 축제 관련 정보를 많이 주신다. 가까운 정류소에 세워주시면서도 어느쪽 방향으로 얼마쯤 가야한다고 꼼꼼히도 알려주신다.
4월의 제주도의 버스는 도시의 버스처럼 사람이 많이 붐비는 경우가 많지 않다. 서귀포시나 제주시 같은 시내를 경유하는 구간을 제외하고는 매우 한산한 편이다.
특히 중산간으로 들어가는 순환버스의 기사분들은 반은 관광가이드이시다. ^^
어디로 간다고 하고 가장 가까운 정류소에 내려달라고 하면 알아서 내려주신다. 심지어는 정류소가 아닌 곳에도 내려준다. 여기가 더 가깝다고... ^^ 이런 친절은 1132 순환도로를 탈때 승객이 많지 않은 경우에도 가능하다.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에도 되돌아오는 버스 시간이나 해당 지역의 정보를 많이 알려주신다. 시간되면 주변의 이곳, 저곳도 같이 둘러보라도 얘기도 해주시고, 음식은 관광지에서 사먹지 말고 꼭 마을 주민들이 이용하는 음식점에서 먹으라고 하신다. 싸면서도 훨씬 맛있다고... <-- 이것은 '진리'! 딱 한번 관광지 주변의 깔끔하고 큰 음식점에서 11,000원씩이나 들여 갈치구이를 먹었는데...그 맛이나 불친절에 그날 기분이 확 다운된 적이 있다. 관광지 주변 대형 음식점들이 다는 아니겠지만...
이번여행에서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은 여행할때는 그 지역 주민들이 이용하는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는 것이 정답이다. 지역경제발전에도 도움이 될 뿐더러 바가지도 없고, 오히려 관광객들에게 더 친절하다. 나는 혼자 여행을 해서 그런지 더 많은 관심과 배려와 친절을 받았다. 그래서 제주도가 더 좋아진다.
비가 와서 다소 어둡기는 하지만 찻길 좌우로 유채꽃과 벚나무가 만발해 있다. 자동차로 이동하던 사람들도 중간중간 멈춰서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꽃들로 가득찬 길 위에서 하늘을 보니... 하늘에도 꽃들로 가득차 있더라...
붉은색 인도가 계속 이어지는 줄 알았다. 하지만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저~ 앞에서 끊어진 후 그 다음부터는 인도가 없어진다. 나같은 뚜벅이들은 녹산로를 걷기가 만만치 않다. 인도도 갓길도 없고 그렇다고 유채꽃을 밟으며 걸을 수도 없다. 그저 차도의 최가장자리로 바싹 붙어서 걷는 방법 밖에 없다. ^^;
하지만 녹산로를 걸어가면 이런 풍경들을 놓치지 않고 갈 수 있다. 자동차로 쌩쌩 달리다보면 유채꽃이나 벚꽃만 보면서 지나치게 된다. 녹산로를 걷다 오른쪽으로 빽빽하게 솟은 나무의 끝자락이 조금 보이는 곳에서 둔턱을 살짝 오르면 위와 같은 풍경이 보인다. 드넓은 초원과 빽빽한 숲, 그리고 멀리 오름이 구름에 가려 어우러진다.
차가 드문때에는 위험을 조금 감수하고 ^^; 도로 중앙으로 나가서 보면 더 멋진 광경을 볼 수 있다.
유채꽃밭과 차도 흰색선 사이로 조금 나 있는 빈공간을 걸어가야 한다. 자전거로 가는 사람들도 드문드문 보인다. 다녀온 사람들 말로는 언덕이 있어 엉덩이가 많이 아프고 힘들었다고 한다. ^^
녹산로 가는길에 있던 '헹기머체' 옆으로 난 길.
관광객보다는 제주민들이 더 많아 보인다. 전통주나 음식을 맛볼 수 있고 살수도 있다.
오는길엔 비가 많이 쏟아진다. 소록산(작은사스미오름), 대록산(큰사스미오름)은 다음 기회로 하고 셔틀을 타고 다시 표선시내로 들어온다.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오니 비 때문인지 많은 여행객들이 밖으로 나가지 않고 라운지에서 음악을 들으며 보내고 있다. 뜨거운물로 샤워하고 나도 라운지로 나와 커피를 마시며 음악을 듣는다. 통유리로 보이는 파도치는 바다에 정신이 몽롱해질때쯤, 며칠 더 머무를까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이제 익숙해진 이곳...
익숙하지 않은 곳을 여행하며 먹고 자고 하는 것은 즐거운 경험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약간의 스트레스도 된다. 집 떠나온 날이 며칠 지나고 나면 익숙한 곳에서 편안하게 쉬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바다를 보며 그렇게 한참 음악을 듣고 있다보니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다시 내 속으로만 파고들고 있다. 끝없는 깊이로 빠져드는 것이다.
의식적으로 생각을 떨쳐버린다.
내일은 다시 짐을 꾸려 옮긴다. 라고 결정한다. 낯선 곳을 걷고, 낯선 사람들을 만나고, 처음 맛보는 음식을 먹고, 낯선 곳에서 자고 하면서 항상 나의 머리와 가슴을 깨워 놓아야 한다.
그것이 이번 여행의 목적이다.
* 오늘 묵은 곳 : 와하하게스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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