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다섯번째날 > 한라산(영실 -> 어리목).
안개에 숨은 한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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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한라산으로 간다. 정상으로 갈 수 있는 성판악 -> 관음사 코스는 나중으로 아껴두고 오늘은 가볍게 영실 -> 어리목 코스로 올라가기로 한다.
중문에서 1100도로(1139 도로)로 가는 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버스 기사에게 영실 매표소로 가려 한다고 하면 갈아탈 수 있는 사거리에서 내려준다. 이미 많은 등산객들이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고 있다.
버스에 올라타기 전 한 부부가 옥신각신 한다. 아내는 좀더 경사가 완만한 어리목으로 올라가서 영실로 내려오자고 하고, 남편은 경치가 좀더 보기 좋은 가파른 영실로 올라가서 어리목으로 내려오자고 한다. 주변의 아저씨들도 영실 -> 어리목 방향이 좋다고 추천하니 아내는 더이상 얘기는 못하지만 걱정스런 표정이다. 산을 오른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오를 수 있을까를 걱정하는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 였지만 요 며칠 걸어오면서 체력이 좋아졌을꺼라 기대하고 아저씨들을 따라 영실부터 올라가기로 한다.
영실 매표소에서 등산로 입구까지 약 3.5km다. 저 자동차길 옆의 나무 데크를 약 한시간 정도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
여기서부터 산길을 걷는다. 듣던대로 영실은 좀 가파른 구간이 있지만 그리 어렵지는 않다. 아줌마 아저씨들은 뒷동산 등산 하듯이 올라가는가 하면, 어떤 외국인 부부는 어린 아이를 3명이나 안고 업고 걸려서 오르기도 하더라. 심지어 어떤 아저씨는 츄리닝 차림으로 달리듯이 내려온다.
바닥이 돌로 되어 있으니 발이 삐지 않도록 잘 걷기만 하면 된다.
경사는 점점 가파라지고 안개는 점점 짙어져 아랫부분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런 곳을 한참 올라야 하지만, 힘들때마다 뒤돌아서서 숨을 고른다. 안개가 너무 짙어져 앞이 잘 보이지 않지만 때론 흐르는 안개 사이사이로 멋진 광경이 나타나기도 한다.
가파른 계단을 다 올라서면 윗세오름대피소까지 이렇게 평평한 길을 걸어간다.
가파른 영실을 올라가려면 스틱을 집거나 손을 쓰지 않을 수 없는데, 두툼한 장갑을 가져오지 않으면 엄청나게 손이 시렵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난쟁이 대나무인 제주조릿대 군락지.
수학여행 온 학생들 틈에 끼어 컵라면과 김밥으로 점심을 먹는다.
짙은 안개로 신비한 광경이 연출된다.
어리목광장에서 버스타는 곳까지는 약 10여분 걸어가면 된다. 영실에서 어리목 코스로 간것이 잘했다고 느낀 것 중 하나다. 산에서 내려와서 1시간여를 포장된 도로를 걷는 것은 고역이었을 것이다. 땀도 식고 이미 몸도 지쳤을 테니까 말이다.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와 온천에서 몸을 풀고 일찍 잠자리에 든다.
* 오늘 묵은 곳 : 산방산 게스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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