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째날 > 월정리에서 성산. 약 30km.
월정리, 세화리의 해안가. 10시간동안 무작정 걸어서 도착. 8kg 배낭은 내 업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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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를 이동중에만 큰 배낭을 메고 걷기로 했는데 오늘이 바로 그날.(평소엔 데일리 배낭으로 가볍게!)
날씨가 좋다. 그래서 아침부터 발걸음이 가볍다.
새하얀 모래가 해안도로까지 날려와 쌓여 있다. 저 모래 때문에 바닷물이 온통 맑은 쪽빛이다.
사진보다 훨씬 밝은 푸른색 이었는데...사진을 발로 찍은 듯 하다. ㅠㅠ
월정리 해변을 벗어나면 바로 농공단지로 들어서는데 여기에 있는 풍력발전시범단지. 길이 시원하고 차도 많이 다니지 않아 자전거족들이 하이킹을 많이 한다.
농공단지 길을 한참 따라가다 보면 갑자기 시야가 확 넓어지면서 바다와 마을이 나온다.
세화리 세화해수욕장. 세화리의 해변도 쪽빛 바닷물이 눈부신 곳이다. 김녕에서 시작된 아름다운 해안도로는 세화까지 쭈욱 이어진다. 이 구간을 날씨 좋은 날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하이킹을 하면 눈물이 날 정도로 아름다운 광경에 신께 감사하게 될지도 모른다.
마을에 사는 아이가 해변에 나와 뛰어놀고 있다.
저 언덕을 너머가면 유채꽃밭이 갑자기 나타난다. 물론~ 그 옆에는 관광차가 서 있고 가족들이, 또는 동행한 계모임 아줌마들이 즐겁게 사진 찍는 포토 포인트다.
이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서 사진을 찍는다. ^^
하도리 주변의 해안도로. 이쯤부터 서서히 지치기 시작. 아침 8시부터 쭈욱 걸었으니..점심시간 30분 제외하면 거의 5시간을 넘게 8kg 배낭을 메고 걸어온 셈이다.
해안도로를 타고 가다보면 갑자기 시야가 넓어지면서 멀리 우도가 나타난다. 흰 연기가 나는 것이...아마 어느집에 결혼식이 있나 보다. 제주도에서는 3일간 결혼식 잔치를 한다. 그래서 마을에서 돼지를 잡는데 바닷가에서 물을 끓여가면서 잡는다. ㅋ
종달리의 종달두문포 근처 전망대에서 본 성산일출봉. 오늘 목표는 성산이니 이제 다 왔다 생각했는데... 이후로도 3시간여를 더 가고 나서 성산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한다. ㅠㅠ
시흥리 부근. 계속 성산일출봉을 보면서 성산쪽으로 이동. 사실 어디쯤인지 정확히 기억 안남. 이때부터 정신이 혼미해지고... 콜택시 불러서 타고 갈까를 여러번 고민했으나...
여기까지와서 포기하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한편으론, 누가 상주는 것도 아닌데... 오늘 못걸으면 내일 걸어도 되는데... 언제부터 걷는것이 이 여행의 전부였나... 하는 회의도 든다.
쓸데없는 목표에 심신을 괴롭히는 버릇은 어디에서나 불쑥불쑥 나타난다. 이럴땐 이렇게 해야 한다는 식의 교과서적 가이드를 '스스로 만들고 지키며' 사는 것이 바르게 사는 것이라 여기고 있는 것이다.
아... 이후로도 2시간을 더 걸어서 겨우 6시 즈음에 게스트하우스에 도착. 오늘의 무리한 고집으로 결국 그 다음날은... 게스트하우스에서 그냥 쉬었다...
저녁이 되니 게스트하우스에 하나둘씩 여행자들이 도착한다. 오늘의 무리한 일정으로 내 다리는 코끼리를 넘어 공룡 다리가 되어 버렸다. 열심히 주물주물 주무르고 있는데, 방금 들어온 아가씨가 다리가 아프냐며 파스를 바르겠냐고 한다. 방금 산듯 파스가 담긴 박스도 뜯지 않았다. 그걸 그 자리에서 뜯어 내 다리에 발라준다. 여행의 즐거움 중에 하나다! 인간의 따뜻한 면을 볼 수 있고 나도 그렇게 행동할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는 것! 다음날 나도 누군가 다리를 주무르고 있으면 발라주려고 2통이나 샀다. ^^;
* 오늘 묵은 곳 : 성산게스트하우스 하루 15,000원. 남녀 도미토리 구분. 민박집을 개조해서 게스트하우스로 만든 듯하다. 올초부터 시작해서인지 침대나 침구가 모두 깨끗하고 무엇보다 방이 찜질방 수준으로 뜨끈뜨끈하다. 덕분에 하루종일 바람 맞고 걸었던 나같은 사람들은 몸풀기에 최고! ^^ 이 게스트하우스도 저녁에 모여서 간단히 술한잔 하면서 친목을 다진다. 여기서도 참석 안함. 아직 몸과 마음이 모두 경직된 상태. |